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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들의 집

House

2019

Jeonpo-Dong,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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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방

 

“바로 그것입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지적자유에 의존하지요. 그리고 여성들은 단지 이백년 동안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항상 가난했습니다. 여성에게는 아테네의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성들은 시를 쓸 수 있는 일말의 기회도 없었던 거지요. 이러한 이유로 해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관습이나 체제에 종속되어 억압받는 인간들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싶어 한다. 하나의 도피처로서 혹은 문을 닫는 순간 자신만의 자유로운 공간의 방을 꿈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보편적 인간의 다른 모습을 한 <여자>라는 여성성에 가둔 채로 인류역사상 차별과 폭력 속에서 움추린 그들의 해방을 위한 상징적인 모습으로서의 방은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닌 여지껏 방이 없었던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방들은 획일화된 방이다. 근대 이후에 산업자본에 의해, 혹은 전쟁의 후속조치에 의해 만들어진 방들은 그 이전의 내밀화된 공간으로의 사적영역공간으로 발달된 방들의 개념을 무너뜨렸다. 그 이후로 방은 누구나 들어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의적인 공간으로 변했다. 이러한 무개념의 공간은 방이 갖는 영역성 - dimension - 만 특화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방의 개념을 영역으로서의 공간으로만 한정시키지 않고 각 방들이 공간의 핵심으로서 그 주체적인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의 최우선 목표를 둔다. 즉, 누군가의 방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방을 만드는 것이다. 

외적 요소들

 

 건축이 학문이 아닌 실천적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학적 관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공간을 판단하는 기저가 시지각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공간의 실체가 과연 객관적인 인식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은 공간의 또 다른 정의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빛 : 흔히들 건축적 공간인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빛이라고 얘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빛은 추상적인 상징으로서의 빛이 아닌 공간을 인식케하는 객관적 실체로서의 빛을 말한다. 공간의 절대크기는 빛에 의해서 상대적인 크기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경관 : 꼬르뷔제가 젊은 시절 방문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대한 묘사는 실제 건축가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경관에 대한 경외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동시대 혹은 그 훗 날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줬다. 쇼와지의 피토레스크적인 경관의 해석은 꼬르뷔제의 내부공간의 경관적 이동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고, 에이젠슈타인의 시퀀스에 대한 기술적인 영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관적인 탐색은 이 프로젝트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전이공간 : 각 공간의 이동은 위에서 기술한 다양한 조건들에 부합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단위공간, 다시 말하면 방이라는 개개인의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때 이루어지는 중간의 공간들은 실제로 각 방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경관이나 빛으로 중화시켜주는 중성화 공간이 된다. 이로써 각 방의 사용자들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넘어가는 인큐베이터를 거치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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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지

 

 부산시 진구 전포동은 부산의 경사지 주택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준다. 주거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전쟁 후 산지의 개발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는 지금에 이르러 또다른 개발의 지형적한계에 부딪힌다. 이러한 제약조건은 해당대지 뿐만아니라 부산 전 지역의 건축행위에 대한 공통의 제약에 대한 카텍고리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사이트는 동북측의 왕복 4차선 도로에서 3미터의 좁은 골목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자가교통 접근의 어려움은 건축행위의 가장 큰 제약조건이 될 것이다. 또한 대지가 급한 경사도로에 연접해 있어 차량 및 보행동선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보행동선과 차량동선의 레벨차를 극복하기위한 건축적 제안이 전체 건축의 기본적인 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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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보이는 것​

 

 건축에 있어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는 시지각의 대상체만으로 국한할 수 없는 일이다. 건물을 어떻게 보는 가와 건물이 어떻게 보이는 가의 두 가지 범주안에서 설명을 한다면 간단한 이론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보는 것과 보이는 상관관계는 도시, 혹은 경관안에서 탐구할 수 있는 거시적 목표와 목표지점을 보게만드는 강제성을 띠고 건축물 곳곳에 장치 - 가구, 개구부, 오브제, 등 모든 것 - 로 인하여 시각적 인식의 틀을 만들어 주는 미시적 목표, 두 가지를 동시에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상반된 것이라기 보다는 병렬적인 속성을 가진 두 카테고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을 전통적으로 혹은 반동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며, 그로 인하여 다양한 공간적 에피소드가 만들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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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방과 하나의 창

 

 하나의 방에는 하나의 창이 있다. 하나의 방이 방 외부와 소통하는 것은 문과 창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은 내부 공간의 경계성에 집중이 된다. 창은 그 경계를 흐리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문과 창의 역할 분담은 외부와 내부, 혹은 내부와 내부 사이의 소통과 단절이라는 공간의 속성을 즉각적으로 표현해 준다.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면 우리는 반드시 하나의 창을 만난다. 이 창은 직접적인 경관을 보여주거나 빛의 반사와 살란으로 인한 공간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론은 얇은 문이 차지하고 있는 문폭에 반응하는 영역에서 전이영역으로 치환이 되는 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즉, 문을 여는 순간 경관과 빛이 만들어 낸 창의 역할로 인하여 공간의 내재된 속성을보여주며, 공간 내부의 오브제들로 인해 공간의 본질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화하면서 생기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은 창으로 인하여 환기되고 의식적인 공간을 받아들여 자기만의 방을 완성시키는 과정으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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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산책

 

 사람의 공간과 사물의 공간은 하나의 벽으로 나눠진다. 사람의 공간은 더욱 내밀화되고 사물의 공간은 내밀화된 공간을 확장시킨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공간은 더욱 분열되고, 다양한 맥락의 공간으로 파생된다. 


-사람의 공간 
사람의 공간은 시각적인 다양함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시각적 체험은 각 구성원들의 다양한 동선과 연계된 시나리오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설정된 추상적인 시나리오는 공간이라는 구상체로 환원이 되며, 이는 공간의 기본적인 스케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된다. 


-사물의 공간 
사물의 공간은 공간 외연의 변화와 관계를 갖는다. 이질적인 재료의 만남, 땅과 하늘과의 접합부분, 다른 상이한 프로그램들 간의 결합, 그 중간지대인 전이공간 들 등,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들이 그 자체의 내재된 속성만으로 만들어지며 사람의 공간과는 달리 단편적으로 분포할 수 있으며, 단절의 연결은 사람의 공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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