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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 복합건물
Public / 2025 / Sinsa-dong, Seoul
competition entry
"Orangerie Do-San"
늦겨울의 추위가 매섭게 기승을 부릴 때 호젓하게 길 한편에 일렬로 늘어선 유리블럭의 실린더는 내부의 따뜻함의 이미지와 함께 계절을 착각하게 한다. 일그러진 잔영이 비치는 유리블럭의 저 쪽은 초록과 오렌지 색으로 치장되어 있고 사람의 움직임이 어스름히 보이기도 한다. 밤에는 또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는데 마치 그것은 청담동 쇼윈도의 그것과 다름없다. 전구색을 배경으로 잘게 잘라진 이미지들은 어른거리며 도시의 밤거리에 파편화되어 쏟아져 나온다. 이 따스한 유리온실 속 오렌지 나무 아래서 책을 읽다 보면 긴 홀에서 도산 안창호선생의 발자취를 보고 느끼며 감동을 받고 나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이윽고 오랑주리에 다시 모여 도산선생의 숭고한 정신이 이 자유롭고 따뜻한 공간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도시적 맥락
압구정이라는 상업지역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도산공원은 역사적인 자연공원이 즐비한 강북과 대비되는 강남의 한 공원이다. 하지만 상징성은 주요 왕릉과 더불어 생긴 공원의 그것과 다르다. 격자형 도시계획구조가 도로에 순응하여 이형질적인 패턴을 갖는 것 또한 발견된다. 이러한 도시적 맥락에서 퍼블릭 스페이스로써 작용하는 소공원과 그 공원의 프로그램을 나눠 갖는 공공구조물은 과연 어떤 형태로 그 자리에 앉을 것인가? 또 그것은 genius loci의 발현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단초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경관의 해석학
나즈막한 상업빌딩들이 주를 이루는 도시공간과 그 사이에 자리한 자연의 공간은 그 대비점을 어디에 두는 것인지에 따라 경관의 해석지점이 달라진다. 특히 공원 내 공공건축물이 주변환경과 이질적인지, 아니면 맥락에 순응하는지 하는 등의 대비되는 제안에 따라 공원의 위상과 공공건축물의 상관관계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것은 분절로 인식되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구분선으로 해석되며 사이에 낀 공공건축물의 도시적 경관의 양면성을 담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각의 틀로 보는 각기 다른 풍경들
- 작은 사각의 틀
도로에 면해 반원의 실린더 입면을 꽉 채운 사각의 틀들은 남향의 빛을 받아들여 내부가 비물질의 공간으로 인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러한 비물질의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렌지 나무 세 그루와 그 곁에서 볕을 쬐고 있는 사람들이다. 비물질을 인식하는 객체들과 비물질적 공간 속에서 고고히 색과 그것을 뽐내는 나무들은 도산선생의 과거와도 그리고 현재의 거리와도 관통하는 내재적 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큰 사각의 틀
공원과 마주보는 틀은 도산공원과 안창호선생의 유지들을 목도하는 틀이다. 전면의 사각의 틀이 빛을 받아들이고 내부와 외부의 모호한 소통을 꾀했다면 북측의 이 커다란 틀은 바깥의 풍경을 절편화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각적인 소통의 창으로 작용한다. 즉물적으로 반응하는 외부 풍경은 내부의 투명한 창을 통해 끊임없이 도산공원의 의의를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도시와 공원의 그 사이
대비되는 도시적 맥락을 단순하게 절편하는 건축적 단절체는 기능적인 일자형코어로 대치되며 이는 내부의 자연스러운 공간배분과 수직동선을 통한 프로그램 접근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안한다. 하지만 이 기능의 코어는 조형적인 특성 또한 담고 있으며 도시경관에서 도시와 공원의 또 다른 배경의 벽으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투명하거나 불투명한 파사드의 이질적인 구분선으로 도산 기념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유리블럭으로 만들어진 실린더 형태의 오랑주리는 도시적 맥락과 연계되어 상징성을 나타내었으며 낮과 밤의 대비로 인한 상업 공간과 마주하는 도시의 판타스마고리아를 표현한다.

북측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박스는 상부로 올라갈수록 깊이가 얕아지며 이는 외부의 빛에 대한 상부와 하부의 프로그램의 대비되는 특성을 보여주며 넓어지는 틀은 풍경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입면요소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