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단산면 행정복지센터
public
2023
competition entry
경계 없는 시골도시
경계가 없다는 것은 언뜻 보기엔 매우 자유롭고 개방적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시골의 어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경계의 원초적인 현상들은 제 각각의 파사드들과 연속될 듯 연속이 되지 않는 모호한 이면도로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덧붙여 다양한 사람들의 예측하지 못한 행동들로 인하여 소리 없이 소란스러운 읍내풍경을 보여준다. 이렇듯 도시의 구성요소들이 시간의 축 위에 나른하게 쌓여 무질서한 풍경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시경관의 경계 없음으로 드러나고 우리는 그 도시경관을 낡은 도시라는 선입견의 간판을 걸어준다. 이러한 시골도시의 선입견은 단순하게 정책적인 도시계획의 틀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계획의 틀이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탓일까?
습관의 도시
일반적으로 사람의 행동들은 습관에서 나온 행동들이다. 그 습관이 사회적인 학습으로 인하여 만들어지는 후천적 경험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습관의 배후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습관은 또한 시간의 축적에 의해서 고착되고 그것이 통념이 된다. 특히 시골에서는 무단횡단, 무단적치 등과 같은 무법의 행위들이 습관으로 치환되어 그에 의한 손해만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무시되며 비난받을 행위는 아닌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골풍경의 단면이며, 어르신들이 많은 관계로 일어나는 국지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은 질서 있는 건축물, 그 경계를 나타내어주는 스트리트 퍼니쳐, 공용지붕 등과 같은 퍼블릭 스페이스 구성물들로 인하여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변화될 수 있다. 어차피 인간은 모두가 새로운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왔고 그것이 편리하다면 더더욱 적응이 빠를 테니 말이다.
마루라는 기다림의 공간
– 지방 소도시의 새로운 퍼블릭스페이스
지방 소도시의 보이드 스페이스는 대도시의 그것과 다르다. 공원, 녹지, 광장, 등이 대도시의 대표적인 보이드 스페이스이며 퍼블릭 스페이스라 한다면, 이 곳에서의 보이드 스페이스는 주차장과 인도 구분 없는 개활지일 뿐이다. 1800명 남짓의 인구 중 50% 가까이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하루에 두어 번 있는 대중교통을 이 빈 공간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다린다. 작은 반원형 폴리카보네이트 지붕 밑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눈 앞의 공간은 단지 무질서하게 버려진 땅일 뿐이다.
마루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담장 너머 빼꼼이 고개를 내밀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오길 기다리는 풍경은 마루의 전형적인 외부와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이러한 마루가 도시에서 존재한다면 기다리는 공간, 그리고 기다리면서 어떤 행위들의 소통이 공존하는 퍼블릭 스페이스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행정복지센터는 하나의 새로운 퍼블릭 스페이스로서 계획없이 무질서한 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다림과 소통의 마루로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 마루라는 퍼블릭 스페이스는 새로운 청사와 함께 모든 이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도처에 있는 마루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소통을 하며 새로운 도시 환경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